“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은 한국인들에게 철칙 같은 미식의 상식으로 통하지만, 생태학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봄바람이 살랑이면 남해안은 도다리쑥국을 찾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나, 미식의 이면에 숨겨진 식재료의 생태를 파헤쳐보면 이 음식은 결핍을 완벽한 미식으로 승화시킨 한식 탄생의 극적인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우리가 식당에서 마주하는 도다리쑥국 속 생선의 정체는 대부분 ‘문치가자미’다. 이들은 ‘좌광우도’ 공식을 따르며 12월에서 2월 사이 연안으로 몰려와 산란을 한다. 알을 낳고 난 직후인 3월 이른 봄의 문치가자미는 모든 영양분이 빠져나가 살이 부실하고 뼈와 껍질만 남은 상태다. 횟감으로서 도다리가 절정에 달하는 제철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6월부터 가을까지다.
그렇다면 왜 살도 없고 맛도 떨어지는 봄에 도다리를 먹기 시작했을까? 여기서 한식 특유의 창조적 지혜가 발동한다. 횟감으로 부적합한 이른 봄의 도다리를 보며, 통영 어민들은 뼈와 대가리에서 시원한 육수를 우려내는 탕을 고안해 냈다. 그리고 텅 빈 살코기의 결핍을 채워줄 구원투수로 뭍에서 갓 돋아난 향긋한 ‘봄 쑥’을 듬뿍 넣었다. 고기가 가장 맛없을 때 끓여 먹으며 계절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미식의 발명품이 바로 도다리쑥국인 것이다.
문헌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식 탕 문화의 계급적, 지역적 변천사가 드러난다. 17세기 요리서 『음식디미방』에는 꿩고기나 소고기를 다져 쑥과 끓인 양반가의 ‘애탕(쑥탕)’이 등장한다. 반면 고기가 귀했던 해안가 서민들은 바다에서 쉽게 구하는 생선을 고기 대신 넣었다. 1801년 김려가 진해에서 쓴 어보 『우해이어보』에 ‘도달어(鮡達魚)’가 등장하며, 1939년 조선일보에는 통영 식당들이 고기 대신 도다리로 쑥국을 끓여 명물로 팔고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척박한 갯마을의 소박한 음식이 전국구 미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 위대한 국물 맛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도다리가 아니라 ‘쑥’이다. 통영 앞바다 한산도나 소매물도 등지에서 거친 해풍을 맞으며 자란 ‘해쑥’이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해쑥은 내륙의 쑥보다 작고 밑동이 붉으며, 휘발성 정유 성분인 ‘시네올(Cineole)’을 듬뿍 머금어 향이 압도적으로 짙다. 4월이 넘어가면 쑥이 커지고 질겨져 쓴맛이 나기 때문에 3월에서 4월 초순까지만 허락되는 찰나의 미학이다. 도다리는 초저지방 생선이면서 간 해독에 좋은 타우린이 풍부하다. 여기에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을 분해하는 비타민 B군과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 C가 가득한 쑥이 더해지니, 나른한 춘곤증을 날려버리는 완벽한 천연 종합 비타민제가 된다.
재료를 융합하는 조리법에는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절제미가 담겨 있다. 생선의 비린내 원인인 트리메틸아민을 잡기 위해 쌀뜨물을 베이스로 사용하고, 된장은 텁텁하지 않게 체에 밭쳐 구수한 풍미만 은은하게 깐다. 국물의 밀도와 깊이를 결정짓는 노포들의 숨은 비결은 수놈 도다리에서 나오는 희고 물컹한 정액, 즉 ‘이리’다. 암놈의 알이 아닌 수놈의 이리가 국물에 부드럽게 녹아들어야 뽀얀 진국이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열에 약한 시네올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도다리가 다 익어 하얗게 떠오를 무렵, 불을 끄기 1~2분 전에 쑥을 듬뿍 넣고 살짝만 데치듯 끓여내는 것이 황금 레시피다.
결국 도다리쑥국은 계절의 변화라는 자연의 섭리, 산란기 생선의 생태적 특성, 해풍을 견딘 식물의 생명력, 그리고 이를 영양학적 상호보완과 조리 과학으로 엮어낸 통영 사람들의 통찰이 빚어낸 찬란한 결과물이다. 땅과 바다의 가장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한 그릇에 담겨 몸과 영혼을 일깨운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도다리쑥국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진짜 봄을 맛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식의 탄생은 이토록 치열하고, 또 눈부시게 아름답다.